러시아 시장에서 'K라면'을 둘러싼 국내 식품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팔도가 수십 년간 장악해 온 러시아 라면 시장에 농심이 정면 승부를 선언하면서다. 업계에서는 '국내 라면 점유율 1위' 농심의 참전이 시장 판도 변화로 이어질 지에 주목하고 있다.러시아로 가자
농심은 오는 6월 본격적인 러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모스크바에 '농심 러시아' 판매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번 진출은 러시아를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전체로 판로를 확대하는 농심의 '유라시아 전략' 일환이다. 농심은 이번 러시아 시장의 주요 진출 배경으로 K콘텐츠 확산에 따른 한국산 라면에 대한 선호도와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러시아 라면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러시아 라면 시장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에는 10억5000만달러(약 1조5514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K라면의 러시아 수출 금액도 전년 대비 75.4% 증가한 4586만달러(약 679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러시아 내 K라면 시장의 선두주자는 팔도다. 지난 1991년 러시아에 수출을 시작한 팔도는 1997년과 1999년에 각각 블라디보스토크, 모스크바 사무소를 개설했다. 이후 2005년에는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세우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현지화 작업'에 공을 들인 셈이다. 그 결과 현재 팔도는 러시아 라면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팔도를 성공으로 이끈 제품은 '도시락'이다. 이 제품은 현지에서 컵라면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처럼 사용될 정도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인 식습관과 선호하는 재료를 반영한 제품을 통해 시장을 공략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각형 형태의 용기와 쉬운 조리 방식도 잦은 장거리 이동 환경과 맞아떨어졌다. 이에 힘입어 팔도의 러시아 판매 법인 '도시락 루스'는 지난해 기준 매출이 500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프리미엄 승부수
농심의 러시아 진입은 'K라면 경쟁'을 한층 격화시킬 변수로 꼽힌다. 농심은 미국, 중국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 거점과 유통망 구축에 속도를 내며 해외 사업을 빠르게 확대해왔다. 덕분에 농심의 작년 해외 법인 매출은 전년보다 10.5% 증가한 3조5143억원을 거뒀다. 이 때문에 후발주자라는 한계에도 불구, 농심이 단기간에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팔도가 '대중화'를 통해 시장 저변을 넓혀온 것과 달리, 농심은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러시아는 라면을 식사 대용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 중저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농심은 올 하반기 완공을 앞둔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통해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당분간 현지 생산 계획은 없다.
팔도를 비롯한 현지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을 견고하게 점유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농심은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즉 현지 라면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는 중저가와 프리미엄을 동시에 선보이겠다는 의미다. 중저가 제품 가격은 2000원 안팎, 프리미엄 제품은 3800원 이상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농심은 2030년까지 모스크바 법인 매출 3000만달러(약 443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러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현지 소비자 기호에 맞춘 제품 개발과 정교한 현지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과 함께 현지 식문화에 대한 이해가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물류 효율화, 현지 파트너십 구축 여부도 초기 시장 침투 속도를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은 단순한 한류 인기만으로 공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홍보 확대나 브랜드 인지도 제고만으로는 지속적인 성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농심의 매출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